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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할인 찾다가 책값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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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총장 작성일11-01-28 08:03 조회4,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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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할인 찾다가 책값만 올린다

노컷뉴스 | 입력 2011.01.28 07:03


[부산CBS 장규석 기자]

인터넷 서점들이 부산지역 당일배송을 시작하면서, 유서 깊은 지역 향토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책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인터넷 서점이 과연 소비자들에게는 항상 최선이기만 한 것일까. 부산CBS는 인터넷 서점이 서적 유통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또 향토서점이 살아남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최저가 할인 찾다가 책값 올린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클래식 음악관련 교양서적. 지난 2009년 12월, 1만3천 원에 판매됐으나 지난해 5월 책값이 갑자기 2만 원으로 뛰었다.

책의 내용은 똑같고, 책 표지는 오히려 양장본에서 일반 종이표지로 질이 더 떨어졌는데 책값은 불과 6개월 만에 7천 원, 무려 15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터넷 서점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서울의 모 출판사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 있었던 책"이라며, "인터넷에서 할인을 하면서 학생들이 인터넷에 몰리고,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다보니까 출판사에서는 마진이 줄어들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이원화된 서적 유통구조 때문에 발생한다.

출판사들이 서점에는 정가의 70% 정도에 책을 공급하는 반면, 인터넷 서점에는 한 번에 책을 많이 팔아주는 대신 정가의 60%에서 심하면 40%에도 책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폭이 클수록 출판사에서는 그만큼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위해선 책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출판된 서적의 평균단가는 9천601원이었으나 10년 만인 2008년에는 1만1천116원으로 5천 원 이상 올랐고, 지난해에는 1만2천820원으로 책값 오름세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부산 영광도서 차형환 총무과장은 "십 년 전만해도 책 정가가 1만 원 이상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인터넷 서점이 들어서고 나서 예전에 비해 가격인상률이 상당히 높아졌고, 지금은 왠만한 책도 1만 원 이하를 찾기가 참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책값이 오르면서 책을 사서보는 독자들이 할인을 해주는 인터넷 서점으로 더 많이 몰리게 되고, 결국 지역의 오프라인 서점들만 죽어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차 과장은 "서점에서는 가격이 오른다고 더 싸게 받는 것도 아니고 책 정가에 준한 일률적 마진만 들어오니까 가격이 오르면 고객들이 줄어서 이익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지역 향토 서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고 있다. 서점조합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03년 부산에는 301개의 서점이 있었는데, 2009년에는 238개로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초 인터넷 서점들이 부산지역 당일배송을 시작하면서 폐업은 더욱 가속화됐고, 급기야 부산 대표서점이던 동보서적과 55년 역사의 문우당 서점까지 문을 닫았다.

◈ 동네서점 죽고…신인작가들 전(展) 펼칠 곳 없어져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작가와 출판사들이 설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의 작가와 중소 출판사의 경우 책의 판로가 막힌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어린이 전문서점을 운영하는 김영수 대표는 "이제는 신인작가들이 명함을 내밀 곳이 없어졌다"고 한탄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잘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를 합니다. 잘 안팔리는 책은 일단 이름만 올려놓고 품절, 절판이라고 해놓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출판사에서도 잘 팔리는 작가 위주로만 책을 만들고, 그래서 신생작가들이 작품을 써도 어디 전을 벌일데가 없어졌어요. 옛날에는 서점에서 전을 벌였는데 동네서점은 이제 다 죽어버리고..."

인터넷 서점들이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를 하다보니, 대형출판사와 유명 저자 위주로만 책이 팔리고, 결국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는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책값에 거품이 끼고, 지역의 서점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신인작가들이 설 곳이 없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책을 제 값 주고 사 보는, 이른바 '도서정가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오프라인 서점이 책을 같은 가격 또는 제한된 할인폭으로만 판매하되, 서로 간의 장점을 갖고 경쟁하자는 것이다.

◈ 상생의 조건, "제 값 주고 책 사보기"

대한출판문화협회 박익순 사무국장은 "인터넷 서점의 경우는 할인을 하지 않더라도 배송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다른 유리한 장점이 많다"며, "할인 폭이 제한되면 그만큼 수익성도 좋아지기 때문에 결국 이익이 올라갈테고, 출판사와 온오프라인 서점이 모두 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는 어떤 서점이든 책값을 할인 없이 정가 그대로 받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우리나라도 명목상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행 출판진흥법상의 도서정가제 조항에는 발행한 지 18개월 이내의 '신간 도서'만 10%까지 할인할 수 있고, 또 경품 등의 형태로 판매가의 10%까지 추가 할인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결국 최대 19%까지 할인할 수 있고, 그나마도 발행한 지 18개 월이 넘은 책들은 할인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반 값 또는 심지어 70%까지 할인된 책까지 유통되면서 현행 도서정가제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2일 과도한 할인경쟁을 지양하자는 취지로 체결된 '출판유통 건전화를 위한 사회협약'이 주목받고 있다.

426개 출판사들이 참여한 한국출판인회의와 서점대표들이 맺은 이 협약에 예스24인터파크 등 대형 인터넷 서점들도 참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들도 할인경쟁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나선 마당에, 한때 도서정가제를 폐지했다가 부작용이 심해지자 다시 이를 부활시킨 프랑스처럼 자국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 실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동네서점이 사는 길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려라"

부산 거제리에 있는 어린이 전문서점 < 책과 아이들 > , 원목 마루에 작은 도서관처럼 꾸며져 전혀 서점 분위기가 나지 않는 이 곳에서 어린이들이 스스럼 없이 책을 빼서 읽고 있다.

1만7천 권에 달하는 책은 모두 서점주인 부부가 세심하게 내용을 검토해보고 좋은 책만 모아 꽂아 놓은 것이다.

2층 시청각실에서는 유치원생들이 둘러앉아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빠져있고, 북카페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이 서점에서는 세살짜리 '그림책 교실'부터 중학생들을 위한 '책과 영화 읽기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 책과 아이들 > 김영수 공동대표는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것은 결국 책을 잘 팔기 위한 것"이라며, "좋은 책을 아무리 갖다놔도 좋은 줄 모르면 판매가 되지 않으니까, 그 책을 펼쳐주는 작업이 이런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점은 또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도 정기적으로 추진하는 등 지역의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강정아 공동대표는 "소비자들한테 지역서점이 우리한테 이런 역할을 해주는구나 하는 느낌, 그러니까 인터넷 서점이 하지 못하는, 사람하고 만나는 공간이라든지 이런 것을 해나가야 지역 서점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서점 < 책과 아이들 > 외에도 청소년 인문학 서점으로 특화한 < 인디고 서원 > 등 부산에서도 지역 서점으로 살아남기 위한 의미있는 몇몇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부산서점조합에서도 지역 거점 서점을 돌아가며 인문학 강좌를 열고, 지역 문화사랑방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해 성공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향토서점들이 진정한 문화사랑방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까운 서점'에서 '책을 제 값 주고 사보겠다'는 지역 주민과 학교, 공공단체들이 인식이 뒤따라야 한다.

강정아 대표는 "심지어 서점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이들 중에도 일부는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가져오는 경우가 있고, 지역서점의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학교나 도서관에서도 무조건 책을 싸게 사려고만 한다"며 "동네서점을 우리 지역에서 가꾸는 서고라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기동네에 있는 서점에 책 한 권 더 주문해놓고 그러면 그 책을 서점 주인이 알게 되고 서가에 꽂히게 됩니다. 동네에 좋은 책을 알린다는 그런 마음으로라도 하루 늦게 책을 받더라도 좀 불편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그 서점을 이용해주고 하면서, 같이 지역 서점을, 서가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강 대표의, 그리고 지역 서점주인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ha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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