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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들인 동네 '미니도서관' 텅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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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처 작성일13-08-10 21:10 조회4,6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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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신문)

  300억 들인 동네 '미니도서관' 텅 비어



1년간 '대출 0권' 수두룩…주민들 존재도 몰라
3분의 1가량 도서관 기능 못하는 C등급 판정                
서울 종암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건물 벽면에 마련된 작은도서관. 홍선표 기자

서울 종암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건물 벽면에 마련된 작은도서관. 홍선표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종암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건물 바깥에 컨테이너 벽을 세우고 햇빛 가리개를 덮어 만든 33㎡(약 10평) 남짓한 공간에 책장 5개와 의자 5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책장에 꽂힌 위인전과 동화책은 출판된 지 10년이 지나 색이 누렇게 바래 있었다.

도서관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시설이지만 이곳은 도서관법에 따라 등록된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만든 곳이라 시설이 좋지 않은데 3년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목동운동장에 있는 사립 ‘작은도서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옆 사무실에서 물어 보니 “몇 년 동안 사무실을 다니면서도 몰랐는데 정말 도서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 어디서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3㎡ 규모의 ‘작은도서관 1만개 만들기 사업’이 겉돌고 있다. 관련법이 제정돼 작은도서관은 전국에 4000곳 가까이 늘어났지만 지역 주민조차 이용하지 않아 대출 도서가 수년째 ‘0’인 유령도서관으로 전락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1년간 대출 도서 0권

정부는 2009년 도서관법을 개정해 건물면적 33㎡, 열람석 6석, 장서 1000권만 갖춘 작은도서관을 누구나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12월 기준 전국의 작은도서관은 3951개(공립 894, 사립 3057)로 2010년 3349개에 비해 602개 이상 증가했다.

도서관 수는 크게 늘었지만 대다수 미니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공립 작은도서관은 사정이 낫지만 지원이 거의 없는 사립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조차 도서관이 있는지 모르는 실정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2011년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한 권도 대출하지 못한 작은도서관은 전체의 32%인 1075곳에 달했다. “이용자가 한 명도 없다”고 응답한 곳은 전체의 23%인 761곳이나 됐다. 사단법인인 ‘작은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평가 결과 전체 미니도서관의 3분의 1가량이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C등급 판정을 받았다.

◆순회사서 도입해야 활성화 가능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공립 미니도서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민센터 등 주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책장에 꽂힌 책들이 그나마 많다는 정도다. 문체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공립 작은도서관에 294억원을 투입했다.

공유선 전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이사는 “올해 실시된 서울시의 작은도서관 실사 결과를 보면 공립 작은도서관의 절반가량이 33㎡ 남짓한 좁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었다”며 “정부 예산이 투입된 공립도서관은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같은 지역에 있는 작은도서관 몇 곳을 담당하는 순회 사서직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작은도서관에서 자원활동 중인 최선희 씨는 “사서 업무를 전담하는 순회 사서가 배치돼야 어떤 책이 필요한지 알 수 있고 지역주민에 대한 책 대출도 수월해져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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